매니코어소프트 AIDC 얼라이언스 공급분과 참여 - 국산 AI 데이터센터의 진짜 병목
지난 8월 27일, AI 데이터센터(AIDC) 얼라이언스 제1차 공급분과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간사를 맡고 LG전자가 분과장을 맡은 이 분과는, 국산 AIDC 기술과 장비를 만드는 기업들이 모여 무엇을 함께 해야 할지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AIDC 얼라이언스 공급분과의 역할
공급분과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술개발·고도화. 분야별 국산화 로드맵을 세우고 AIDC 핵심 기술의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합니다. AI 반도체, CXL, DPU 같은 차세대 ICT 솔루션과 함께 장비·전력·냉각 통합 제어 및 관제, AI Agent Ops 등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범위에 들어갑니다. 궁극적으로는 핵심 부품부터 SW까지 독자 기술 기반의 AIDC 클러스터 패키지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둘째, 호환성 검증·표준화. 국산 AIDC 장비 간 상호호환성을 검증하고 시험·인증 가이드라인을 제정합니다. KTL, TTA,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 KTC 등 시험인증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MRA 인증과 빅테크 요구 인증 테스트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포함됩니다. AIDC 인증체계 구축은 9~10월 현장 수요 조사를 거쳐 11~12월 정부지원 방안 도출로 이어집니다.
셋째, 수요연계·실증이행. 국산 AIDC 솔루션 리스트를 카탈로그화해 수요처에 제공하고, 수요분과와 매칭 회의를 상시 개최합니다. 11월에는 수요-공급 Joint 협의체가 구성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국산 장비로 구축해 패키지화하고 해외 수출까지 연결한다는 10MW 규모 데이터센터 구상도 논의됐습니다. 다만 예산은 아직 확정 전 단계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냉각·공조 등 에너지 효율 관점에서 기존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AIDC 국산화의 병목
네 개 소분과가 각자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분야는 달라도 결론이 비슷했습니다.
건축·설비 쪽에서는 AIDC 표준의 부재가 지적됐습니다. 설계에 대한 표준이 없다 보니 수정 사항이 계속 반영되면서 설계 변경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초기 사업 검토 단계에서 전력 인입 검토가 늦게 이뤄지는 문제, 발전기 같은 설비의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주민 민원으로 인한 착공 지연, 그리고 검증과 운영을 담당할 인력 부족까지 함께 언급됐습니다.
ICT·SW 쪽에서는 평가 단위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칩 단위로 보던 것을 아키텍처 단위로 봐야 하며, AIDC 실증은 시스템 업체가 전체 아키텍처를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개별 스펙보다 결합했을 때의 실제 성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국산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한 실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력·냉각 쪽에서는 전력 구조 자체의 전환이 논의됐습니다. 발전 기반 AC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위한 DC로 차세대 전력 변환이 진행 중이며, 800V DC로 전환하면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고 전력 인프라가 단순해지며 ESS나 태양광 연계도 쉬워집니다. 차세대 GPU 아키텍처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전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초고밀도·초고효율로 갈수록 전력 설비의 발열을 줄여야 할 필요는 더 커집니다.
표준의 공백은 냉각 쪽에서도 똑같이 지적됐습니다. 서버와 CDU를 잇는 퀵커넥터 접속 규격과 누수 안전 기준, 냉각수 품질과 소재 호환성 시험법, 랙당 100kW를 넘는 환경의 전력·열 인터페이스, 액체냉각 서버의 효율 측정 기준. 장비를 만들 때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풀고 있는 항목들입니다.
소부장 쪽 이야기가 가장 무거웠습니다. 광모듈처럼 이미 양산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조차, AIDC 시장에서 외산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실질적인 진입이 대단히 어렵다는 토로였습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작은 기업들을 함께 끌고 가주면 좋겠다는 요청도 함께 나왔습니다.
분야는 제각각인데 병목은 하나로 모입니다. 만들 수는 있는데, 검증된 레퍼런스가 없어서 해외의 대규모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엔비디아라는 사실상의 표준
이날 논의에서 공급분과 참여 기업들이 겪는 가장 현실적인 사안은 바로 ‘인증’ 이었습니다.
표준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사실상 엔비디아가 표준이고, 거기에 맞춰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에 맞는 생태계를 원하고, 그 요구 수준을 충족하는 기업만 공급망 안으로 들어갑니다.
문제는 그 수준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비디아 인증을 받은 기업조차 처음에는 요건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이것저것 제안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야 비로소 기준을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 요구 수준이 6개월마다 바뀝니다.
여기서 진짜 격차가 생깁니다. 국내 기업이 가이드를 받은 시점에 대만 기업들은 이미 그 가이드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기술 격차가 아니라 정보 접근 시점의 격차입니다. 결국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 몇 곳이 모여 함께 레퍼런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었습니다.
Q&A에서는 협력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슈나이더나 버티브 같은 해외 벤더는 모든 것을 패키지로 제공하는데, 뜯어보면 그 안의 요소 요소는 나뉘어 있습니다. 국내에도 그 요소들은 다 있습니다. 다만 전부 다른 회사에 흩어져 있고 서로 잘 묶이지 않습니다. 중소기업끼리 현실적으로 협력하기가 쉽지 않으니 중간에서 조율해줄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닙니다. 아직 하나로 묶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매니코어소프트가 공급분과에 참여한 이유
매니코어소프트는 2012년 서울대학교 천둥 연구실을 기반으로 설립됐습니다. 시작은 슈퍼컴퓨터였습니다. 대학에서 고성능 연산 시스템을 만들면서 발열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액체냉각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을 서버 크기로 줄여 제품화한 것이 직접액체냉각 AI 서버 '딥가젯'입니다. 이후 서버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묶는 GPU 클러스터 구축으로, 다시 데이터센터 단위의 AIDC 인프라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첫째, 경계 없는 영역
앞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매니코어소프트가 지나온 경로와 그대로 겹칩니다. 초고밀도로 갈수록 발열 저감이 중요해진다는 진단은 이 회사가 처음부터 메달려온 문제입니다. 콜드플레이트와 1OU DLC 서버, 블라인드메이트 매니폴드를 직접 설계하고 제조합니다. CDU는 L2A 28kW급 In-Rack부터 L2L 400kW급까지 제품화했고, 2MW 이상급 In-Row CDU를 개발 중입니다. 2상 직접액체냉각(DLC)은 실증 과제를 수행하며 이미 개발을 진행중입니다. 액체냉각 관련 특허도 2020년 컴퓨터용 수냉식 냉각장치를 시작으로 2025년과 2026년 서버용 냉각 시스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칩이 아니라 아키텍처 단위로 봐야 하고 시스템 업체가 전체를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니코어소프트는 설계부터 구축, 시스템통합, 운영까지 일괄 수행합니다. 냉각수와 전력, 데이터를 공구 없이 동시에 체결하는 무케이블 서버-랙 통합 구조를 개발 중인데, OCP ORv3 규격을 준용해 로봇 친화적 구조와 무인 운영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하드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 제어·관제 소프트웨어의 영역이 됩니다.
표준이 시급한 항목도 함께 짚었습니다. 쿨런트 소재 호환성 시험법, 서버–CDU 퀵커넥터 규격과 누수 안전 기준, 고전력 랙의 전력·열 인터페이스, 부분 PUE 측정 기준, 800V DC 전력 인터페이스. 만들면서 매번 각자 풀어온 항목들입니다.
ICT 장비, DC 운영 SW, 냉각. 세 개의 소분과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 셋이 실제로 나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둘째, 한 단계씩 쌓아 올린 레퍼런스
기술이 아니라 레퍼런스가 없어서 팔기 어렵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었습니다. 매니코어소프트가 지난 몇 년간 해온 일이 그 레퍼런스를 한 단계씩 쌓아 올리는 과정이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서버 한 대에서 시작해 5년에 걸쳐 GPU 클러스터까지 확장했고, 유니닥스는 3년 연속 딥가젯을 재구매하며 스케일 아웃과 스케일업을 이어갔습니다. 국산 장비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몇 년간 끊기지 않고 돌아간 기록입니다. 지금은 모듈형 데이터센터 구축이 다음 단계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 자리가 열렸을 때 쓸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쌓여 있습니다. 액체냉각 도입 전후의 PUE 실측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설계 가이드는 10월 R&D 사업기획과 11월 과제기획 단계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제안했는가
매니코어소프트는 얼라이언스 공급분과 위원회에 세 가지를 건의했습니다.
첫째, 공공 실증사업에 국산 장비 우선 적용 트랙을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국내 AIDC 시장은 해외 벤더 의존도가 높아 국산 장비의 초기 레퍼런스 확보가 가장 큰 진입장벽입니다. 소부장 기업이 진입이 어렵다고 말한 것과 같은 문제입니다. 이 장벽은 개별 기업의 영업력으로 넘기 어렵고, 첫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는 자리가 제도적으로 열려야 넘을 수 있습니다.
둘째, 글로벌 인증 취득에 대한 지원입니다. 기술 요건은 국내 기업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매니코어소프트 역시 CDU 검증 요구사항을 확보해 자체 갭 분석을 마쳤고, 기술 항목 대부분을 충족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셋째, 소분과 간 컨소시엄 구성을 사무국이 조율해달라는 것입니다. 중소기업끼리 자율적으로 협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1차 회의에서도 나왔습니다. 서버와 냉각, 전력을 묶은 국산 장비 패키지 단위로 실증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각자 흩어져 있던 요소들이 처음으로 한 번에 검증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인증을 제출하려면 MW급 액체냉각 검증 설비에서 성능을 입증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런 시험설비가 없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제조 거점과 공급망 같은 비기술 요건이 더해집니다. 기술로는 기준을 충족하는데 검증할 곳이 없어 제출조차 못 하는 상황이고, 현재 국내에서 해당 인증을 취득한 기업이 단 한 곳에 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급분과 운영계획에는 초대형 테스트랩 구축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시설에서 나온 검증 결과가 수요처 공급 시 신뢰성 증빙으로 인정된다면, 인증 이전 단계에서도 국산 장비가 평가받을 길이 열립니다. 개별 기업이 각자 대응하기보다 산업계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앞으로
공급분과는 9~10월 4개 소분과 운영을 거쳐 AIDC 공급 국산기술 로드맵(안)을 내놓고, 11월 수요-공급 Joint 협의체에서 솔루션 카탈로그와 수요 매칭을 진행합니다. 12월 R&D 사업기획을 통해 한국형 풀패키지 구성안을 만들고, 4분기 중 의장단 전체회의가 열립니다.
한국형 풀패키지. 해외 벤더가 통째로 들고 오는 그 패키지를 국내 기업들이 함께 만들어보자는 구상입니다. 한 회사가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래서 이런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매니코어소프트는 서버와 냉각, 그리고 그것을 함께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역할을 하려 합니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 그 기술들을 잇는 일만 남았습니다.